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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논가외딴우물
작성일 2010-04-17 (토) 11:27
ㆍ추천: 0  ㆍ조회: 1634      
IP: 119.xxx.180
공감의 시대 - 한명숙 전 총리 공판 방청 소감

공감의 시대 - 한명숙 전 총리 공판 방청 소감.

 

 

2010 4 9,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대한 선고 공판이 있었다. 결과는 무죄!

 

어떤 이가 나의 잘못된 말버릇을 비판하면서 '설득하려 든다.'라는 지적을 한다. 타인에 대해 나의 확신을 과도하게 주장하거나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타인을 움직이려는 행위를 비판하는 말인데, 이를 점잖게 표현해 '설득'이라는 단어로 지적한 것이라면 이야말로 큰일이다. 나의 진심이 어떻든 그런 태도는 어느 순간 상대에게 강요로만 남을 뿐, 올바른 관계의 진전을 방해하고 결국 나 자신까지 힘들게 하리라는 점에서 깨닫는 바가 크다. 사람으로 태어나 입을 놀린다는 것이 새삼 무섭다. 문득 이 글을 쓰려니 한명숙 전 총리 공판 중 내가 그렇게나 비판하던 검찰의 태도가 혹시 그런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설득에 실패한 검찰, 바꿔 말해 공감을 얻어내지 못한 검찰이라고나 할까?

 

나는 한명숙 전 총리의 1심 공판을 모두 다 방청했고, 검찰을 비판하는 글을 많이도 썼다. 이 과정에서 특정한 검사의 실명을 되도록 거론하지 않았던 이유는 특정 검사만이 아닌 검찰 전반의 의식 개혁이 필요하고 공판중심주의 재판의 시대를 맞으면서 대한민국 검찰이 수사 방법은 물론 공판에서의 실력 또한 향상되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전달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검찰은 대한민국 공권력의 상징이다. 기소 권한을 독점한 것에서 비롯되는 검찰의 힘은 거의 무소불위라 표현해도 될 정도인데, 이런 권한을 가진 검찰이 이번 공판에서는 무참히 패했다. 전직 대통령까지 죽음으로 몰고 갔던 그 무소불위의 힘을 가지고도 패한 것인데, 그럼에도 나에게 누군가가 "공권력이 패할 수 있는 것일까?", "패해도 괜찮은 것일까?"라고 묻는다면 그러지 않아야 한다고 말할 것이다. 무고한 시민을 법정에 세운 것이 아니라면 패할 리가 없으니 그렇지 않겠는가? 대한민국 검찰이 지능적인 범죄자에게 농락을 당해도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선고 공판이 있던 날, 선고에 앞서 판결 이유를 설명하던 재판장이 4개의 쟁점 정리를 열거했는데, 그 첫째는 돈을 주었다고 하는 곽 피고인의 진술을 사실이라고 보아야 하느냐였다. 이 첫 번째 쟁점에 대해 약 한 시간여에 걸쳐 자세하게 설명한 재판장은 뇌물을 공여했다고 하는 곽영욱 씨의 진술이 신빙성이 없고, 그가 건강상 궁박한 처지에 있어 임의성이 의심되는 상황이며, 곽 씨의 횡령액을 이국동 씨의 경우와 달리 개인 착복 금액만을 산정한 것이나, 증권거래법 혐의에 대한 내사 종결, 구속집행정지 시점 등을 볼 때 진술로 얻은 이익이 존재함은 물론 총리 공관의 오찬장이라는 특수한 장소에서 사전에 예고도 없이 돈을 건넸다고 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현장 상황이나 다른 증인들의 진술을 토대로 정황을 살펴봐도 현금을 건넸다고 보기에는 합리적 의심이 많다고 했다. 따라서 재판부는 법리적으로 살펴볼 때제공자의 진술만으로 유·무죄를 판단할 때에는 합리적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므로 돈을 실제로 전달했다고 볼 수 없고, 그렇다면 나머지 쟁점들에 대해서도 자동적으로 다룰 이유가 없어진다.’라는 것이다.

 

직전에 이루어졌던 곽영욱 씨 선고에서 곽 피고인에게 이국동 씨가 5만 달러를 전달했다는 부분에 대해 재판부는 당시 이국동의 투서로 곽 씨가 조사를 받는 등, 곽 씨와 이 씨의 관계가 악화되어 있던 시점이었고, 이미 퇴직한 곽 씨에게 이국동 씨가 5만 달러를 전달할 이유가 전혀 없음을 들어 곽 피고인의 외화 횡령액 중 5만 달러를 차감한 결정에서 이미 뇌물 공여 자금의 조성에서부터 신빙성이 무너져 있었던 상황이기에 이런 판결은 예고되었던 것이지만, 재판부가 판결 이유를 읽어내려 갈수록 장내는 술렁거렸다. 우선 기자들이 바빠졌고, 마침내 재판장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대해 무죄를 선언하던 순간, 장내는 환호성과 함께 술렁거렸다. 검찰에게 너무나도 가혹한 판결이 나왔기 때문이다.

 

단 한 가지도 검찰의 주장은 반영되지 않았다. 오히려 검찰의 강압적 수사, 반인권적 수사, 심지어는 정치적 목적으로 유사 플리바겐(plea bargain)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까지 곁들여 무죄를 선고한 것이 치명상이었다고 판단했는지 검찰은 선고 직후 2시간 반에 걸쳐 간부회의를 열고 검찰총장이 직접 나서 법원의 판단에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이런 정도였으니 재판장인들 쉬운 재판이었을까? 재판 기간 중 재판장은 놀라울 정도의 치밀함과 인내심을 발휘했다. 그는 오로지 공판중심주의 정신에 따라 법정에서의 진술과 증거만은 토대로 재판을 이끌었다. 그 스스로 "가장 정치적인 재판을 가장 법대로 처리하고 싶다."라고 발언할 정도로 극도의 신중함을 기울였던 것이다.

 

사건의 실체에 대한 모든 심증을 공판절차 과정을 통해 형성해야 한다는 공판중심주의는 구() 형사소송법에 존재했던 예심판사 제도를 폐지했다. 이와 함께 공판정에서의 구두변론에 의해서만 재판이 진행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 일반 국민에게 재판 방청이 허용되어야 한다는 공개주의, 공판정에서 직접 조사한 증거만을 재판의 기초로 삼는다는 직접주의 원칙, 심리가 지연되는 것을 막기 위한 계속심리주의, 검사가 공소 제기 시에 공소장 하나만을 제출하고 그 밖의 서류나 증거물을 첨부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판사의 예단을 방지하는 공소장일본주의도 공판중심주의의 원칙으로 결합되어 있다.

 

현행 법 체계에서 항소심과 상고심은 제1심 판결이 적절했는지 여부를 심사하는 사후심(事後審)의 절차이므로 이번 재판의 공판조서는 상급심에서 부정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여서인지 검찰은 이미 선고 전일부터 별건 수사, 새로운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고 일부 언론을 통해 세상에 알렸는데, 피의사실공표죄는 분명히 범죄 행위이다. 기소를 독점한 검찰에게는 어느 만큼 무의미한 법률 조항으로 보이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법률에는 직무유기라는 죄목이 있고 재정신청이라는 제도 또한 있다. 개정된 형사소송법에서는 고발이 아닌 고소의 경우에는 모든 종류에 죄에 대해서 재정신청이 가능한바, 검사 동일체와 상명하복의 검찰 문화와 기소독점권이라는 제도의 개선이 요원하다면 이제 화살은 검사 개인에게로 날아가지 않을까?

 

살펴보면 검찰은 피고인과 증인의 관계를 들어 재판장에게 유죄임을 설득하려고 했고 이에 실패했지만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 포괄적 진술거부권을 행사해 대답이 없을 것임을 뻔히 알고 있음에도 대검찰청이 성명을 발표하는 등 신문권의 보장을 주장하던 검찰은 마침내 변호인과 재판장의 신문 조항 사전 심사라는 굴욕을 감내하면서까지 대답없는 신문을 진행하는 데에 성공했다. 정치검찰이라는 오명도 특정한 범주의 사람들 사이에서는 하나의 사명감으로 인식되는 것이 만약 사실이라면 이보다 충성스러운 검사들이 또 있을까?

 

반면 재판장은 공판중심주의에 입각한 재판의 진행을 통해 공감을 형성함으로써 자신의 판결에 공정성을 획득했다. 매우 정치적인 사건을 이념 논쟁, 정치적 논쟁에 휘말리지 않으면서 가장 법률적으로 처리하는 데에 성공한 것이다. 변호인단과 피고인 측은 정치적 영역의 당사자였지만 철저하게 정치적 영역을 배제하면서 법률적으로 대응했고 결과적으로 사회적 공감을 얻어내는 데에도 성공했다.

 

재판 중 검사와 변호인이 법리를 다투던 와중에 "재판이란 서로에 대한 부정을 전제로 진실을 찾아가는 작업"이라는 취지의 변호인 측 발언이 기억난다. 상대의 주장을 부정하면서 나의 주장을 증명해 나가는 과정이란 오로지 상대만을 설득하려는 과정이 아니라 공감을 통해 사회적 권위를 획득하고, 나아가 상대를 공감하게 하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재판을 방청하는 내내 "설득의 시대는 가고 공감의 시대가 도래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 확장해공감의 시대라고 오늘의 사회를 규정하는 것은 너무 과한 표현인지도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공감의 시대라는 표현이 크게 나를 공감하게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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